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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2011/10/18] 3. 아, 가을의 예수여 (홍순관) 가을의 예수가 날고 있어요. 새가 되어서요. 낙엽이 되어서요. 하루도 노을이 되고, 생生도 낙엽이 되네요. 본향으로 돌아가는 나그네도 가볍고 무엇이든 버리려고 사는 신자로 가볍네요. 부는 대로 부는 바람이 가볍고 추수秋水에 떠가는 종이배는 흐름보다 가볍네요. 막히면 멈춰서고 굽이지면 돌아가네요. 어렵지 않고 쉬워요.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네요. 부활하신 예수도 가볍네요. 그분 앞에선 죽음도 가벼워요. 아, 물 위를 걷는 예수여. 가을처럼 가벼운 예수여. •홍순관, 『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 중에서 더보기
[호외-2011/10/18] 2.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정호승) 저는 별을 좋아합니다. 달도 좋아하지만 별을 더 좋아합니다. 달이 은근하고 포근한 누님 같다면 별은 다정한 형님 같습니다. 달빛이 인자한 어머니의 빛이라면 별빛은 왠지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의 빛이라고 생각됩니다. 달빛은 마냥 따스하게 느껴지는 데 비해 별빛은 따스하지만 다소 차가운 느낌을 줍니다. 그 차가움이 들뜨기 쉬운 마음을 들뜨지 않게 하고, 때로는 사물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시인의 빛이 있다면 달빛보다는 별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밤길을 걸어가다가 달을 바라볼 때보다 별을 바라볼 때 더 살아 있다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 말없이 뜬 초승당을 보고 발걸음을 멈출 때도 있지만, 막 어둠의 옷을 입은 검은 산 위로 떠오른 별들한테서 생존의.. 더보기
[호외-2011/10/18] 1. 쉬게해 주십시오(푸시) 쉬게해 주십시오 오 주님, 오직 주님 안에만 있는 것을 주님 밖에서 찾지 않도록 도우소서. 평화와 안식, 기쁨과 축복, 이것은 주님의 영원한 기쁨 안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많은 생각들을 넘어 주님의 영원하신 현존에 이르도록 저희 영혼을 일으켜 주소서. 저희 마음이 주님의 현존에 이르러 그 맑고 밝은 평안을 얻게 하소서. 그 때 저희는 마음껏 숨쉬고, 주님의 사랑 안에 쉼을 얻고 저희를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과 저희 자신들로부터 벗어나 참된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주님의 평화로써 힘을 얻고 돌아온 저는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고 참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 복되신 주님이시여! •푸시(E. B. Pusey) 1800-1882, 신학자, 목사 더보기